감격스로운 카카오 공채 합격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나있다.
이제 신입 공채분들이 온보딩 교육을 받으면서 나의 신입 버프도 끝이 보인다.
그래서 나의 1년은 물경력이 된 것일까 🥹
너무나 맴찢할 주제이지만 이에 대해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담긴 글입니다. 저런 사람도 있구나 가볍게 지나쳐 주세요.
물경력이란?
정의를 제대로 알아야지 판가름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물경력'은 사전에 없는 단어이다..(충격).. 그래서 사람마다 다른 정의를 내릴 수 있다.
나의 뇌피셜로는 물수능, 불수능이라는 단어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쉬운 수능 → 물렁물렁한 수능 → 입시 변별력이 떨어지는 수능
따라서 물경력이란 직무에 대해 변별력이 없는 경력이라 볼 수 있다.
의미를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아래 요소들이 있을 것 같다.
- 이직할 때 인정을 받지 못할 경력
-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무보조, 잡무 등의 반복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경력
- 성과가 없는 경력
- 성장이 정체된 경력
어떻게 물렁물렁한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태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어디서나 인정받지 못할 경력
- 내가 인정받고 싶은 부분과 관련이 없는 경력
어디서나 인정받기 어려운, 철저하게 물렁한 경력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는 관련이 없는, 상대적으로 물렁한 경력이 있다.
철저하게 물렁한 경력이라면, 프로젝트성 경험이 없는 경력이라 할 수 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1년을 일했지만, 단순히 기획요청에 따라 화면의 글자를 바꾸고 버그 제보에 대응하기 위해 if-else
만 잔뜩 쌓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성과가 없고 성장이 정체되고 잡무가 반복되는 상황이다. 써놓고 보니 너무나 맴찢이다 ㅠㅠ
상대적으로 물렁한 경력의 예를 들자면, 나는 백엔드 개발자로서 역량을 키워가고 싶은데 자꾸만 프론트엔드 관련 프로젝트 경험이 쌓는 경우가 있다. 물론 백엔드 개발자로서 어느 정도는 마크업을 다룰 줄 알아야 하지만 3년 차가 되었는데 기초적인 API, DB 다루는 경험만 있고 프론트엔드 관련 프로젝트 경험이 많다면 백엔드 개발자보단 풀 스텍 개발자로서 더 경력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오히려 좋은 건가... 결국 벡인드 개발자로선 물렁한 경력이 쌓였다고 볼 수 있다.
내 경력은?
그렇다면 이제 내 경력의 상태를 살펴보도록 하자.
참고로 나는 22년 3월에 브런치 서비스에 FE로 합류했고 아래와 같이 경력을 정리할 수 있다.
(자세한 나의 1년 회고는 여기 참고)
- 번들러 교체 (grunt → webpack)
- 모니터링 시스템 고도화, 테스트 환경 구축 (jest, jest snapshot, cypress)
- 개발환경 컨벤션 구축 (eslint, 개발 정책 문서화)
- 운영 이슈 대응 (부분적으로 기능, 페이지 리팩토링)
-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관련 페이지 제작 (spring, jQuery, css)
- 2번 사내 세미나 발표, if-kakao 발표 참여
- 5개 사내 스터디 참여
먼저 스스로 총평하자면 물렁한 경력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신규 서비스가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리딩하는 멋진 FE 개발자가 되고 싶다. 꿈이 큰 코린이..
무난하게 업무 경험을 쌓인 것 같지만 두루두루 인정받긴 어려운 것 같다.
카카오, 네이버, 라인, 배민, 토스, 당근 등 인싸 기업들이 요구하는 경력 역량을 찾아보면 아래와 같은 공통점이 있다.
- HTML, CSS, JavaScript(ES6+)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
- React, Vue, Angular 등 SPA 프레임워크 사용에 능숙한 분
- Vite, Webpack 등 다양한 번들러에 대한 이해가 깊으신 분
- TypeScript와 같은 JS 정적 타이핑 툴 경험
- 웹사이트 성능 측정 및 최적화 경험 (런타임과 빌드타임 퍼포먼스를 개선한 경험)
- 웹 표준을 준수하며 제품을 만들었던 경험
- 서버 사이드 렌더링(SSR) 및 모바일 앱 내 웹앱 개발 경험
- Redux, Zustand, Recoil 등 다양한 상태관리 패턴을 사용한 경험
- 기존 소스 코드를 새로운 코드 베이스로 점진적으로 이관한 경험
- Git 등의 형상 관리 도구 및 CI 도구 이용에 능숙한 분
- 단순히 주어진 개발을 해내는 것보다, 주도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분석해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는 분
- 디자인, 기획, 개발 간의 협업을 진행해보신 분
내가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무엇 하나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없는 것 같다..
잠깐 신세 한탄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7년이 넘는 시간이 쌓인 서비스가 1년간 개발자 공백이 발생하었고 여기에 나를 포함한 FE 2명이 투입되었다. 제대로 된 인수인계는 기대하기 어려웠고 찾아볼 수 있는 코드 히스토리는 너무나 빈약했다. 당시 기술 스택인 Spring, velocity, jQuery, handlebars, grunt, ES3 이건 뭐 다 처음 접했던 거라 어떻게 서로 얽혀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잦은 경영진 교체로 기획되었던 여러 프로젝트가 무산되어 타 직무와 활발하게 협업할 기회가 사라지고 시스템을 크게 뜯어고칠 기회도 사라졌다. 프레임워크, Typescript는 꿈도 못 꾸고 ES6 기반으로 이래저래 리팩토링을 해봤지만, 맛만 본 정도지 제대로 된 수확은 없었다. 에디터에서 종종 원인을 알 수 없는 버그가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감히 그 심오한 에디터 코드를 건들지도 못했다. 테스트 코드도 드디어 경험해보았지만, 요구사항이 자주 변경되는지라 TDD를 하지 못해 그의 효능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사내 스터디를 정말 재밌게 참여했지만, 실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진 못했고 발표에서 어떻게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현업에서 저런 경험을 할 수는 있는 것입니까 ㅠㅠㅠㅠ
그래도.. 올해는 고무적이다!
이제야 시스템이 좀 이해돼서 어떤 방식을 레거시 코드를 다루고 개선해가야 할지 감이 왔다. 신규 프로젝트들이 다시 시동이 걸렸고 svelte, vite, typescript, 성능개선 등 흥미로운 것들을 파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이미지는 박살나고 있지만 아직은 워라벨도 만족하고 내 곁에는 좋은 동료들이 있다!
기다려랴 불경력(?)
대.. 대안은?
물경력이 쌓이는 것 같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경험치 쪼랩이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내가 취해볼 수 있는 대안을 쥐어 짜봤다
일을 물어오자.
보통은 top-down 방식으로 일을 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물어올 순 없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의 공감대를 점진적으로 형성하는 것 같다.
- 자신이 아무리 확신이 있다고 해도 팀원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일이 진행되기 어렵다.
- 팀원들이 모두 동일한 눈높이를 가진 것이 아니기에 작업에 대한 지식, trade-off가 팀원들에게 공유되어야 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
- 설득하기보단 상대 의견에 포커스하여 생각의 격차를 좁혀가는 것이 좋다. 내가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상대방이 더 옳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티타임 때 기술적 잡담을 시도해볼 수 있고, 팀미팅 때 세미나를 제안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리소스 문제, 일정 문제로 바로 시행되긴 어렵지만 이렇게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면 팀에서 여유가 생길 때 쉽게 작업을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행복회로 풀로 돌렸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주도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분석해 솔루션을 제안하는 경험 아닐까 싶다.
사이드 프로젝트, 토이 프로젝트 진행.
솔직히 업무로만은 다양한 개발 경험을 쌓긴 어려운 것 같다.
공부해보고 싶은 것을 혼자서 시작해봐도 좋고, IT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열정 넘치는 분들과 함께해도 좋은 것 같다.
일상에 무리가 안 될 정도로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간접 경험 늘리기.
비슷한 작업을 진행한 사람과 잡담해보는 것이다. 개발에는 정답이 없는 만큼 비슷한 작업을 여러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다. 내가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 이 간접 경험으로 새로운 관점이 생길 수도 있다. 이거 뭐 완전 경험치 2배 쿠폰인 것 아닌가?
탈출은 지능순...
현재 환경에서 더 이상 변별력 있는 경험을 할 수 없다면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을 이어가 봐야지 않을까?
맺으면서
글을 다 쓰고 보니, 운 좋게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안 짤리면 다행이지 이건 무슨 배부른 고민이지 싶긴 하다. 앞으로 10년(?)은 개발할텐데 성급하게 판단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봐서 건강한 삶에 대해 더 고민해봐야지 않을까 싶다. 망할 거북목... 아, 요즘 아침마다 레모나 하나씩 먹고 있는데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피로가 싹 풀린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니어 개발자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
참고해보면 좋은 글
回顧錄 (회고록)